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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츠카라고 쓰고 구다코라고 읽습니다.
리츠카가 사라졌다. 꽃밭에 만개한 싱그러운 자연의 작품과 그를 추종하며 맴도는 나비들을 바라보며 즐기는 여유로운 장면이 순식간에 긴박하고 불안한 눈빛들이 이리저리 튀기며 휘몰아치는 소집 장면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리츠카는 현재 유일하게 칼데아에서 활동 가능한 마스터였다. 그 사실이 가지는 중대함은 다들 설명하지 않더라도 익히 알고 있는 것. 그렇게 모이게 된 모든 서번트들은 투덜거림 하나 입에 담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거기에, 상황의 시급함이 인정되어 다빈치는 자신의 방에서 파이프를 피우며 상념과 세월을 연기에 실어 흘려보내고 있는 홈즈를 현실 세계로 인정사정없이 끌어냈다.
홈즈는 자신의 시간이 방해받아 불쾌한 기색이었으나, 곧 방해자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훑어보고는 그 방문이 가지는 의미를 어렵지 않게 유추해낼 수 있었다. 싫은 기색이 만땅이었지만, 서번트로서의 의무를 저버릴 순 없는 노릇이라 홈즈는 순순히 코트를 걸치고 다빈치를 따라나섰다. 복도에는 서번트들의 다급한 발걸음으로 가득 차 집중하지 않으면 그대로 놓쳐버릴 것 같았다. 다빈치는 홈즈에게 지금까지의 상황을 말해주며 물었다.
"그래서 홈즈, 넌 알겠어? 리츠카 쨩이 어디 있는지."
"초보적이라네, 벗이여-라고 말하고 싶지만..."
"싶지만? 아. 설마..."
"... 지금은 말해줄 수 없네. 정보가 부족하군!"
"역시 짜증 나네!"
홈즈는 싸늘한 눈동자로 자신을 응시하는 다빈치를 바라보았다. 홈즈는 그 눈빛을 맞받아치는 대신 입가에 싱글벙글 미소를 그리며 뜬금없지만 여유로운 어조로 명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급작스러운 화제 전환에 다빈치는 잠깐 동안 놀랐지만, 이내 이것이 홈즈의 방식임을 곧장 떠올렸다. 홈즈는 자신보다도 더 한 괴짜라 그에게 맞춰주는 건 도통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와트슨이 얼마나 대단한 인간인지 절로 실감이 갈 지경이었다. 그래도 명화라면 충분히 알고 있는 분야이기에 다빈치는 순순히 홈즈에게 어울려주기로 했다. 리츠카의 방에 도착한 건 최후의 만찬에 그려진 열두 제자 행동 표현 묘사의 훌륭함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 때였다.
홈즈는 방에 도착하자마자 대화를 멈추고 조심스럽게 렌즈를 조작했다. 렌즈에 빛이 들어오자, 홈즈는 다빈치에게 먼저 들어온 이의 존재 여부를 물었다. 다빈치는 고개를 저은 것으로 그 대답을 대신했다. 그 후, 홈즈는 다빈치를 내보내고 혼자 방에 틀어박혀 뭔가를 찾아다녔다. 물론, 마스터의 방인 만큼 조사를 착수하면서 실례하겠다는 인사 정도는 바쳤다. 그걸 본인이 들을 리는 없지만 말이다.
홈즈가 방에 있었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홈즈가 밖을 나와보니, 다빈치는 다른 일을 하러 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홈즈 입장에선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지금 일은 다른 이들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으니까. 가는 건 자신 한 명이면 충분했다. 홈즈는 주변을 지그시 살펴보며 미행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옮겨 어디론가로 향했다.
"역시 홈즈, 네가 왔구나. 다빈치 쨩이 날 찾았어?"
한참을 걷던 홈즈가 어딘가에 도착해 발걸음을 멈추고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에 끝에는 쪼그리고 앉아 자신을 비스듬히 치켜떠서 바라보는 리츠카가 있었다. 서로의 눈동자가 마주 보며 말 이상의 의사를 전달했다. 홈즈는 파이프를 꺼내 물었다가, 잠시 멈추더니 도로 파이프를 집어넣었다. 아무래도 리츠카가 비흡연자라는 사실이 뒤늦게 떠오른 모양이었다. 홈즈가 대답했다.
"그 말대로. 숨바꼭질은 곤란하다네, 미스 리츠카. 자네는 이곳의 유일한 마스터. 그 사실이 가지는 의미는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나."
"숨바꼭질을 하려고 숨은 건 아니야. 홈즈, 네가 찾아내니까 숨바꼭질이 되는 거지."
"유감이지만 그건 어쩔 수 없네. 나는 탐정. 숨어있는 것을 찾아내는 건 내 특기니까 말일세."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신경 쓰이는 침묵만이 흘러갈 뿐. 홈즈의 녹색 눈동자가 다시금 리츠카를 향했다. 그리고 나서 홈즈의 입이 달싹였다.
"그래서 나를 부른 이유는 뭔가, 미스 리츠카."
리츠카는 홈즈를 빤히 바라보았다. 시간이 고요함과 함께 무심하게 사라지고 그 자리에 한숨 소리가 한번, 주위에 묵직하게 울려퍼졌다. 정적을 깨고 시작된 리츠카의 이야기를, 홈즈는 덤덤하게 듣고 있었다. 세련되진 못했지만, 그것이 홈즈가 리츠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였다. 평소처럼 실로 흥미롭다고 하던가, 아니면 흥미 없다고 걷어차며 사건 취급하듯이 취급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리츠카의 이야기를 다 들은 홈즈는 눈을 감고 잠시 고민하는 듯 제 턱을 쓰다듬었다. 턱을 쓰다듬던 손을 떼고, 눈을 뜨며 홈즈는 나지막하게 리츠카에게 말했다.
"그걸 나에게 말해도 도움을 줄 순 없네. 그렇지만... 그렇군. 자네가 어딜 가서 숨든, 몇 번을 숨든 반드시 자네를 찾아주겠네. 그러니 안심하고 숨어주게나."
"... 그거, 위로?"
"나는 다정하게 위로하는 법 같은 건 모른다네. 다만, 왓슨 군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생각을 해본 것이지. 다정하게 대하는 건 그가 훨씬 잘했으니까... 말일세."
홈즈는 기억 저 밑바닥에 있는 오래된 추억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늘 장난을 치고, 엉망진창으로 맞이해도 항상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줬던 그리운 친구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홈즈는 그 모습을, 소중한 마스터를 위해 빌리기로 했다. 적어도 자신보다는 마스터에게 더 도움이 될 테니까. 홈즈의 그런 모습에 리츠카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홈즈의 손을 붙잡으며 환한 미소와 함께 다시 모두에게 돌아가자고 말했다. 홈즈는 그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붙잡으며 리츠카와 함께 달려나갔다.
앞으로도 리츠카는 계속해서 숨바꼭질을 하겠지. 그래도 지금은 자신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괜찮을 것이다. 근거도 뭐도 없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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