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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반도리

[코코미사] 빈자리

르네아티 2018. 7. 6. 01:41

- 캐해석은 한도리 기준입니다.

- 미사키가 죽은 후의 이야기


인형 옷을 입은 사람이 죽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곳으로 연습을 오던 와중에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그녀가 가는 길에 교차로 같은 건 딱히 없는 것 같았지만, 그녀의 눈에 보였다고 한다. 세상의 위험 따위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작은 아이가 달려오는 트럭의 제물이 될 뻔한 순간이.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몸을 날려, 그 아이의 생명의 끈을 이어준 대신 자신의 실은 끊어지게 되었다고.


 일련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카논은 제 손수건이 푹 젖고도 그치지 못해 눈물이 방울방울 바닥으로 흘러 내려갔고, 카오루는 평소에 즐겨 찾던 셰익스피어의 대사도 잊어버린 채 망연자실하게 있었으며, 하구미는 입술을 오므리고 바닥만을 응시하며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딱 한 명, 츠루마키 코코로만이 이 상황을 마냥 불편해했다. 확실히 그동안 함께 해온 사람이니까 그 빈자리를 무시할 순 없겠지만 역시 이런 분위기와 감정은 싫었다. 인형 옷을 입은 사람을 생각할 때면 늘 이런 느낌이 들어서 맨날 잊어버리고 다른 관심사를 찾았는데 이번엔 그렇게 할 수도 없었던지라, 그냥 이 시간이 빨리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의 장례식은 오래 지나지 않아 치러졌다. 인형 옷을 입은 사람의 이름은 오쿠사와 미사키였구나. 항상 잊어버렸던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녀에 대해선 항상 잊어버리고 있을 뿐, 어떤 사람인지는 기억하고 있었다. 좋아하면서도 솔직하지 못해 늘 실패할 걱정부터 하고, 애써 안 될 거라며 모질게 말하며 단념하며, 아직 오지도 않은 실패에 다치지 않게 먼저 합리화부터 시키는 사람. 자신과는 완전히 상극인 존재. 그런 그녀가 불편해서 코코로는 항상 그녀의 존재를 머릿속에서 지워왔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녀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던 모양이었다. 인형 옷을 입은 사람의 주변인들부터 시작해서, 헬로해피 사람들이 아닌 타 밴드 사람들까지 모두 찾아와서 그녀에 대해 소소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녀가 어떠한 사람이었는가, 헬로해피와 다른 밴드에겐 어떠한 존재였는가에 대해... 이틀 삼 일 동안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고선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 그녀에게 눈물로써 그 인사를 바쳤다. 인형 옷을 입은 사람은 뼛가루만 남기고 이 세상에서 그 존재를 지웠다.


 장례식이 끝난 후, 헬로해피의 미래에 관해 코코로는 스스로 고민해봐야 했다. 그 일을 해주던 사람이 이젠 없으니까. 물론, 카논이 어느정도 보조는 해줄 것이다. 그러나 카논은 어디까지나 보조만 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총대를 메고 핵심적인 계획들을 만들어내는 건 카논에게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코코로는 못하는 쪽이랑 안 하는 쪽 중에서 고르자면 후자인 편이라, 곧 어렵지 않게 해야 할 일을 떠올려냈다. 당장 떠오른 건 인형 옷을 입은 사람 구하는 일이었다. 헬로해피에 있어서 미셸은 수호신이었고 그녀가 있어야 헬로해피는 무적이 될 수 있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미셸이 있어야 헬로해피가 헬로해피로 존속할 수 있었다. 곧, 수상한 검은 수트를 입은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미셸이 헬로해피에 왔다.


 코코로는 미셸을 반겼다. 다른 아이들이 현재의 미셸을 보는 시선 같은 건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미셸이 돌아왔으니, 헬로해피 활동이 그 전처럼 즐거워질 거라는 기대감만을 가슴속에 가득 채웠다. 수상한 검은 수트의 사람들이 철저하게 판별해 이전의 미셸과 가장 비슷한 미셸을 데려왔기에 지금의 미셸은 예전과 같은 포지션이었고, 예전과 같은 키 차이었으며, 심지어 예전하고 비슷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그 점만큼은 놀라워했다.


 다만 한 가지, 딱 한가지 다른 게 있었다면 그 미셸은 예전 미셸 같은 성격은 가지지 못했다. 투덜대면서도, 진심으로 헬로해피를 위해주는 그런 성향은 돈을 주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걸 깨닫자, 코코로는 이상함을 느꼈고 기대감이 물을 들이부은 눈처럼 빠르게 녹아버렸음을 직감했다. 뭔가 어긋났다. 이 미셸은 이전의 미셸하고 달라.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래선 헬로해피의 구심점이 될 수 없었다.


 그래도 이 미셸이 아닐 뿐, 다른 미셸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며 코코로는 한동안 미셸을 바꾸고 또 바꿨다. 그쯤 되자 항상 코코로를 믿어주던 애들도 코코로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인형 옷을 입은 사람의 죽음으로 드리워진 먹구름은, 시간을 거쳐 마침내 천둥벼락의 재앙을 불러일으켰다. 시작된 불화는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미셸을 바꿀 때마다 다시 호흡을 맞춰봐야 해 라이브를 나가지 못하게 된 지 벌써 두 달 째였다. 세계에 웃음을 준다는 것이 목적이긴 하나 밴드는 본래 연주하는 것이 목표. 연주를 하지 못하게 된 밴드가 멀쩡하게 굴러갈 리 없었다. 늘 중재해주던 미셸이 없었기에 갈등은 그동안의 시간을 연료로 삼아 빠르게 불타며 서로의 마음을 태워버렸고, 실망한 카오루와 하구미가 그대로 저택을 빠져나와 그들과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 카논만이 옆에서 잠시 머뭇거리다 결국 더 이상 드럼을 잡고 싶지 않아졌다고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으로 빠져나갔다. 그렇게 코코로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혼자가 아니다. 지금도 나가면 모두와 함께라고, 코코로는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반겨주는 건 어색하게 올라간 입꼬리와 바짝바짝 마르면서도 애써 평상시처럼 내려고 노력하는 목소리뿐. 지금은 알 수 있다, 아니 사실 처음부터 알았지만 필사적으로 외면해 왔던 것을 실감했다. 헬로해피 동료들과 달리 코코로에게 맞춰주는 이들은 항상 곁에 있어 반쯤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수상한 검은 수트의 사람들 밖에 없다는 것을. 코코로는 군중 속의 고독을 늘 외면했지만 결국은 혼자였다. 코코로에게 있어서 헬로해피는 유일하게 자신의 허황된 목표를 함께해주던... 낙원이었다.


 코코로는 수상한 검은 수트의 사람들을 쫓아내고선 하염없이 걸었다. 혼자인 사실을 실감하자, 오히려 더 혼자 있고 싶어졌다고 해야 할까? 코코로 본인도 이해 못할 감정이었지만 코코로는 지금의 감정을 충실히 따랐다. 말려줄 사람 따위 지금은 없으니, 공허한 마음을 애써 채우려는 노력의 의미도 잃어버려 목적 없이 방황하던 발걸음만 재촉하고 또 재촉했다.


 이윽고 멈춘 곳은 인형 옷을 입은 사람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흔적이 담겨있는 도자기 앞이었다. 장례식 때만 해도, 두 번 다시 이곳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의 위치는 단 한 줌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여겼는데 무의식이 기억하고 있었다. 참으로 얄궂은 인생이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코코로는 문득 인형 옷을 입은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났다. 싫어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지금의 인형 옷을 입은 사람이 화를 내진 않을 테니까, 말은 해볼 수 있겠지. 코코로의 입이 열렸다.


"있잖아, 인형 옷을 입은 사람. 당신에겐 사과할 게 있어."


 일단 운을 떼봤지만 그 후로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이상했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할 말을 못하는 일 같은 상황은 존재하지 않았는데. 무의식적으로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라도 있는 걸까?


"당신이 물었을 때, 나는 당신을 괴로운 기분이 들게 만드니까 금방 잊어버린다고 대답했었지. 그때, 당신에게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었어. 당신은-"


 그 누구보다 자신의 이상에 가장 열심히 협력해주는 사람이었다. 방식이 다를 뿐 실은 그 누구보다 헬로해피를 사랑했다. 헬로해피가 이렇게까지 유명해진 건 분명 그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그녀가 없었다면 헬로해피는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그대로 공중분해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이 자신하는 한 가장 크게 바뀐 사람이었다. 죽어가던 그녀는 자신이 구한 아이가 이 사건을 계기로 웃음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살아있다면 다른 누군가가 찾아줄 테니까 괜찮을 거라고 했었단다. 그건, 자신이 언젠가 그녀에게 말한 적이 있던 지론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노력이 무의미하지 않았다고 살아있으면서 반증해주는 증거였다.


 그녀는 코코로를 대할 때 항상 포기한 어조였지만, 그 누구보다 반대로 말하는 사람이었기에 자신이 그녀를 이해해주길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조금씩 바뀌면서 코코로에게 맞춰주고 있었다.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최후의 최후까지 외면한 건 자신이었다. 그때,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을 때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을 텐데. 아니, 사실 많이 기대하고 있었을 텐데. 다른 사람들이 미셸이라고 넘어가도, 자신만은 미셸 옷을 입은 사람... 오쿠사와 미사키로 봐주기를 원했을 텐데.


 아. 평소에 그녀를 대할 때 찔려서 숨쉬기 어려운 듯한 느낌이었다면, 지금 든 감정은 그 이상으로 아파졌다. 숨을 쉬기 어려운 걸 넘어서서 힘들 정도로 푹 찔려서, 그대로 후벼파는 감각이었다. 미셸, 아니 오쿠사와... 미사키.


"나에게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었어. 눈부시게 빛나진 않아도 분명 빛을 내고 있었을 보물이었어. 당신이 노력해줘서, 나는 당신과 지낸 시간 동안 행복할 수 있었어. 미안해, 미안해, 정말로 많이 미안해... 이제는 제대로 불러줄 테니까, 제발 돌아와 줘. 미사키... 미사키..."


 코코로는 미사키의 유골 앞에서 하염없이 오열했다. 항상 찾고 싶었던 빛나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눈에 띄게 반짝이지 않는다고 외면해서 잃은 후에야 깨달아버린 자의 절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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