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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 말투를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상해도 넘어가세요.
- 캐해석도 완전하지 않습니다 멘고! (?)
- めんご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다 결국 먄으로 표기했습니다. 너 왤케 난감한 말을 쓰냐 히후미...
삐비비빅! 삐비비빅! 삐비비빅!
"-시끄러..."
뇌를 갉아먹을 듯이 사납게 울려대는 알람을 끄며, 돗포는 이 세상 모든 귀찮음과 절망을 등에 업고 일어났다. 언제부터 추로 이루어져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몸은 무겁기 짝이 없었다. 겨우 일어나는 것뿐인데도, 꽤나 많은 기력이 갈려나간 기분이 들었다. 아침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사이에 지나갔고, 따뜻한 샤워기의 물도 그를 다독여주진 못했다. 돗포는 한숨과 함께 벽 한쪽에 대충 걸린 양복을 주섬주섬 걸쳤다. 그와중에 오늘은 뭘 해도 망할 거라고 예견하는 듯, 넥타이를 매는 손이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아 자신이 넥타이를 잡는가 비누를 잡는가 알 수 없을 정도로 미끄러지길 수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간신히 나갈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벌써부터 지쳐버린 돗포는 부질없이 일임을 알면서도 굳이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을 확인한 그의 눈이 흔들렸다. 망할, 평소보다도 늦은 시간이었다. 다급하게 집을 나서는 그의 다크서클은 여느 때보다도 짙고 눈빛은 다크서클만큼 어두웠다.
돗포의 하루는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다람쥐가 좀 더 행복할 것이라는 점이려나. 이전의 일상은 이렇게까지 단조롭진 않았다. 그때는 종종 상담받으러 갔던 의사 선생님인 쟈쿠라이와, 지긋지긋한 소꿉친구 히후미와 함께 랩을 하고 있었다. 불만이 있으면 랩으로 표현하라든가, 늘 마음속에 쌓아둔 게 많던 돗포에겐 이렇게까지 딱 맞는 일이 없었다. 음악을 통해 심상을 표현하고, 랩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시로 표출하는 과정에서 돗포는 랩을 하던 순간만큼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고, 마천랑의 패배로 꿈같은 순간은 그 끝을 고했다. 쟈쿠라이가 패배의 책임을 안고 떠난 것이다. 랩은 그만두었지만 돗포는 평소같이 일상을 영위했다. 어차피 쟈쿠라이는 처음부터 있지 않았던 사람, 자신의 곁을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가 사라져봤자, 랩을 하기 이전으로 돌아간 것뿐이었다. 그뿐인데, 분명 그럴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항상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해주던 쟈쿠라이가 사라지자, 돗포의 상태는 눈에 띄게 나빠져갔다. 안 그래도 아래로만 가고 있는 차에서 브레이크가 빠진 꼴이었다. 날마다 돗포의 최악이 갱신되는 걸 더 이상 지켜보기 힘들었는지 히후미는 자신이 선생님을 찾아오겠다며 떠났다. 히후미는 좋은 친구지만, 그것과 별개로 돗포에겐 버거운 친구였다. 그는 항상 장난스러웠기에 돗포가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는 불난데 기름을 끼얹은 것과 같은 역효과만 잔뜩 줘버리는 고로, 본인도 그걸 알아 차라리 떠난다는 선택지를 고른 것 같았다.
히후미는 떠나기 전에 돗포에게 절대 자신 탓 같은 건 하지 말라고 누누이 당부하고 어렵사리 발을 떼었다. 익숙한 발소리는 머뭇거리는지 띄엄띄엄 들리다가, 이내 빠른 속도로 점점 멀어져 갔다.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과 비례해, 돗포의 마음속에선 먹구름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비록 히후미가 신주쿠 최고의 호스트라고 해도, 이렇게 급작스럽게, 그것도 장기로 떠나도 됐던 걸까? 혹시 때려치운 건가? 그렇다면 내가 히후미의 앞날에 발목을 잡아버린 건 아닐까? 나 때문에 히후미가... 거기까지 떠올리자 숨이 턱 막혀, 돗포는 심호흡만 몇 번이고 반복했다. 마주하는 오늘이라도, 조금은 쉴 여유를 주기를.
그런 돗포의 바람을 전적으로 비웃듯 회사까지 가는 길은 흡사 머피의 법칙의 표본을 보는 것과 같았다. 문 밖에 나올 때부터 다른 신발에 걸려서 넘어지질 않나, 겨우 횡단보도에 도달하자 운명의 장난과도 같이 신호가 빨간 불로 바뀌었고, 탔던 전철에선 가방이 손안에서 미끄러져 다시 줍고 빠르게 나오느라 고역을 치렀으며, 겨우 역 밖으로 나와보니 평소에 가던 길이 공사하고 있어 다른 길로 우회해야 했던지라 결국 회사에 도착한 시간은 누구라도 지각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시간대였다. 그 결과, 상사의 노골적인 눈빛과 조롱을 등으로 열심히 받아내야 했다.
"끝... 났나."
말로 설명할 기운은 이미 바닥을 찍은 지 오래라 차마 더 설명할 수 없었던 끔찍한 하루였다. 돗포는 숨을 몇 번 골랐다. 그나마 위안이 있다면, 회사 시계는 절대 왼쪽으로 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려나. 그것은 돗포에게 있어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점이었다. 이제 자연스럽게 빠져나오기만 한다면...
"돗포 군?"
돗포는 불길한 목소리에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그 눈이 포착해낸 건 언제든 보기 싫지만, 지금은 특히 더 보기 싫은 사람이었다.
"네, 과장님. 무슨 일로..."
"이 보고서, 확인해봤는데 말일세."
어떤 그림에서나 나올 법한 절규의 이미지가 선명한 비명이 내적으로 절로 흘러나와 입 밖으로까지 흘러나오기 일부 직전이었다. 어쩐지 눈치만 주지, 별다른 추가 업무가 없더라니! 오늘은 유난히 재킷 주머니에 있는 사직서가 그를 유혹했다. 그래도 당장의 만족을 위해 미래를 포기할 순 없는 데다, 히후미가 없을 때 일을 저질러버리면 그를 볼 면목도 없어지므로 그 입에서 나오는 대답에는 최대한 침착하게 비명을 꾹꾹 눌러냈다.
"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지금도 괜찮은 거 같지만 기왕이면 재작년 결산 자료도 포함되어있으면 좋겠군. 내일 회의에서 보고싶을 따름일세."
"... 알겠습니다."
게이지가 차오르고 차올라 한계 직전까지 올라갔다. 이 스트레스를 터트리면 어떻게 될까. 모 회사 사원, 회사에서 난동을 부려... '난동남의 폭주' 이런 식으로 뉴스에 뜨게 될까? 그러면 히후미나 선생님도 보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히후미와 선생님을 볼 염치가 없을 것 같아 돗포는 아플 정도로 주먹을 쥐어 그 분노를 참아냈다. 그의 이런 삶의 방식은 예전부터 그래왔고, 지금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미래에도 그렇게 행동할 것이었다.
그날 돗포는 해가 수평으로 처박히고 그 대신 불야성과 같은 야경만이 어지럽게 눈을 파고드는 시간이 되어서야 회사에서 나올 수 있었다. 싸구려 빛이 정신없이 산란했고, 듣기 싫은 소음들이 징하게도 잔뜩 얽혀 귓구멍 안으로 쑤셔들었다. 쉴 수 있는 어둠과 정적은 이 도시에 존재하지 않았다. 돗포의 발걸음은 아스팔트에 붙은 껌딱지처럼 잘 떼어지지 않았다. 내일도 이런 하루겠지. 사는 보람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성가셔서 그냥 자고 싶을 뿐. 그러기에, 기대는 없었다.
- 아니, 없었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정적이 아니더라도 익숙한 소꿉친구가 없었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선생님이 없었다. 의미 없이 난잡하기만 한 소음 속에서 포근한 음색을 가지는 사람들이 없었다. 돗포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혼자서도 걸을 수 있어. 몸을 맡길 장소는 버리고, 홀로 갈 수 있어.
돗포는 정처 없이 걷던 걸음을 멈췄다. 이 삭막한 콘크리트 바닥에서 발을 뗄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빛을 잃었는지 여느 때보다 볼품없는 달이 보인다. 돗포는 아무 말도 없는 달이 유일한 말상대인 양 입을 열었다. 사실 아니야. 지금은 혼자 걸을 수 없어. 하지만 지금은 혼자 걸어야 하는걸. 내 탓이야. 쟈쿠라이 선생님이 떠나게 된 것도, 히후미가 떠나게 된 것도, 회사일이 이렇게 힘든 것도 전부 내 탓이야. 내 탓이 아니라고 하면, 뒷감당을 할 수 없어 결국 자신의 탓이라고 간편하게 스스로에게 떠넘기는 자기 자신도 결국은 내 탓-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돗포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당장의 충동 때문에 소리를 질렀다가 아는 사람이 들어버린다면, 다음날 어떻게 될지는 머리를 굴려보지 않아도 뻔하니까. 돗포는 털썩 주저앉아, 머리를 쥐어뜯었다. 히후미가 멀쩡한 머리카락을 뜯지 말라고 몇 번이나 잔소리를 했지만, 지금은 이러지 않으면 넘길 수 없을 것 같았다. 아픔을 느낀 돗포는 그제서야 심호흡을 하며 눈앞을 바라보았다. 저렴한 가로등 빛으로 볼품없이 반짝이는 수풀이 눈에 들어왔다. 노래하고 싶다. 이 모든 것을 녹여내고, 숨만 쉬는 시체가 되지 않게 해줄 시를 자아내고 싶다. 반복되는 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테니까 부디-
"... 군... 돗포 군!"
"아...?"
"피곤할 텐데 미안하네. 하지만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아서 깨우는 게 나아 보였어. 괜찮나?"
태초에 빛이 생긴 것처럼, 돗포의 의식이 한순간에 깨어났다. 강한 충격을 받은 듯한 얼얼함을 수습하고 눈꺼풀을 걷어낸 그곳엔, 쟈쿠라이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모습이 있었다. 돗포는 한동안 직전의 기억 때문에 제대로 사고할 수 없었으나, 오래 지나지 않아 하나의 결론은 낼 수 있었다. 그런가, 그건 꿈이었구나. 이곳이 진짜 자신의 삶인 건가. 그건 진짜 삶이 아니구나. 잃어버린 것을 되찾은 듯한 기쁨이 번져 나와 얼굴까지 퍼져나갔다. 하지만 갑자기 웃으면 이상하게 생각하실 테니까, 금방 평정심을 되찾고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네... 저는......"
"괜찮을 리가 없잖아, 돗포~? 너 쓰러져서 여기에 온 거라고? 그거, 정말 핀치! 였..."
"히후미...!"
별안간 쟈쿠라이 뒤에서 히후미가 고개를 디밀었다. 돗포는 빠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반가움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것이 히후미의 장난적인 어조를 받아줄 수 있는 상태라는 뜻은 아니었다. 돗포의 표정 변화를 본 쟈쿠라이는 한숨을 내쉬며, 등 뒤에 있던 히후미에게 조곤조곤 설명하기 시작했다.
"히후미 군, 환자에게 필요한 건 뭐라고 했지?"
"안정이여?"
"정답이야. 그럼 한번 더 묻지. 돗포 군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환자였... 앗, 맞다! 먄, 돗포링! 그래도 일어나줘서 다행이야!"
히후미가 쟈쿠라이에게 혼나는 모습을 보며 돗포는 왜 자신이 이곳에 있었는지 정리할 수 있었다. 대략, 과로로 쓰러진 자신을 회사 사람들이 이곳으로 데려온 모양. 마지막 기억이 월말 정산 보고서 화면이었으니 그 이외의 상황은 떠올리기도 어려웠다. 그 후엔 히후미가 자신이 쓰러졌다는 소리를 듣고 놀라서 찾아온 거겠지. 현재 시간을 모르겠지만 히후미, 일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리 잘 나가는 호스트라도 친구가 아파서 문병 갔다는 핑계는 인정해주지 않을 거 같은데. 게다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입원하는 바람에 선생님의 일거리까지 늘려버렸다. 염치가 없어도 이렇게까지 없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비록 선생님과 이야기하면 신기할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지기에 조만간 선생님을 뵈러 오고 싶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뵙고 싶진 않았고, 히후미도 나중에 따로 찾아가서 항의를 하든 뭘 하든 할 일이었지 이렇게 걱정하게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둘에게 민폐를 끼쳤다는 생각에 돗포는 고개를 떨궜다. 어두워진 마음의 말이, 현실에 그대로 흘러나왔다.
"돗포 군, 돗포 군."
"네?"
"말하지 않았나. 부정적인 생각은 버리라고. 자네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어. 그리고 히후미 군은 내가 부른 것이지, 자네가 부른 게 아니야. 그렇지, 히후미 군?"
"물론이져~! 쓰러진 돗포링이 전화나 문자를 할 수 있을 리 없으니까여!"
"선생님..."
돗포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자신의 음습한 혼잣말을 이렇게까지 전적으로 받아주면서도 명쾌하게 부정당한 적이 있었던가? 귀찮아하지 않고,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과 마주해준 사람이 있었던가? 자신의 기억상, 그런 사람은 이제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선생님이 일본에서 모르는 사람 없는 의사쌤인가 싶어졌다. 히후미는 돗포를 슬쩍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돗포에게 쟈쿠라이 선생님이라는 인연이 생긴 건 참 다행이야. 자신은 해줄 수 없는 것을, 선생님은 해줄 수 있으니까. 히후미는 환히 웃어 보이며 쟈쿠라이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그러고서 쟈쿠라이가 뭐라고 반응하기 전에, 재빨리 말을 던졌다.
"맞아, 돗포. 힘들 때는 우리가 있으니까~ 그렇죠, 선생님?"
"... 나는 의사지 상담사가 아닐세. 하지만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의지해줬으면 좋겠어. 돗포 군은 없어서는 안 될 팀원이니까 말이지."
일상이라는 숨 막히는 건물 안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하나의 빛, 탈출구의 빛을 본 기분이 들었다. 감동과 기쁨, 안도감, 그리고 더없는 행복이 돗포의 목을 메이게 만들었다. 그 대신 미처 숨기지 못한 미소가 입가에 옅게 번져나갔다.
"선생님...... 히후미..."
"앗, 돗포 웃었다!"
"히후미 군, 이 이상은 필요 없으니 나가있도록 하지."
"그럼 내일 봐, 돗포!"
"... 그래, 내일... 보자."
둘을 보낸 돗포는 한동안 그들이 나간 문을 바라보다, 천천히 다시 누웠다. 감동의 유효기간은 너무할 정도로 짧았고, 그 자리를 부정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채웠지만 돗포는 크게 답답하지 않았다. 물론 다음날 회사가 두려웠지만, 히후미와 쟈쿠라이가 있는 세계 라면 그렇게까지 암담하진 않았으니까. 어떠한 말을 해도 숨이 차오르지 않는 감정의 표현 방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아까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인지, 돗포는 저 생각을 끝으로 그대로 의식을 저 너머로 떨어뜨렸다. 그 얼굴은 꽤나 편안해 보였다.